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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퍼트롤] 패가망신 부르는 폭음문화

LA한인사회

by 타임스페이스 2023. 11.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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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내 본국 신문과 PC통신을 장식했던 가장 뜨거운 뉴스는 소위 386세대 젊은 정치인들의 단란주점 술잔치였다.

사건의 요지는 386세대로서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된 젊은이들이 5ㆍ18광주 민중항쟁 20주년을 맞아 기념 행사를 위해 광주에 모였다가 술대접을 받았는데 그날 이자리에 들렀던 같은 학생운동권 출신 임수경이 이를 인터넷 등에 써올림으로서 세상에 알려졌다.

며칠뒤 역시 국회의원선거에서 시민연대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장원교수도 뜨거운 뉴스의 소스가 됐다. 부산지역에서 강연회를 하고 이메일로 사귀었던 어떤 아가씨를 호텔방에서 기다리게 한후 이 여성을 추행했다는 것이다. 장교수는 졸지에 쥐구멍을 찾아야 하는 파렴치범이 됐고 “그저 어깨만 걸쳤다”는 기이한 변명을 늘어놔야 했다.

작년엔 진형구라는 대검찰청의 공안부장이 기자들과의 점심식사에서 폭탄주를 마시고 취중진담을 내뱉어 자신은 쫓겨나 구속되고 검찰총장의 명패가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모든 사건들은 모두 술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만일 이 사건들에서 술이 빠졌다면 어떠했을까.

386세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 대한 비난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젊은 사람들이 참신해서 경제를 망치는 기성정치인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도 없다는 실망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들이 토론회가 끝나고 곧이어 술이 곁들여진 뒤풀이 시간을 가진 것은 당연한 순서였을지 모른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곳에 시중을 드는 여자가 덧붙여진 것뿐이다. 장원교수도 그 똑똑한 머리로 술만 많이 마시지 않았더라면, 장교수가 소문보다 술에 더 강했더라면, 순간 제대로된 사리분별만 했더라면 추행범이란 수렁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렇게 망신살이 뻗치는 모든 잘못을 술이 뒤집어 써서는 안된다. 사실 한국만 폭음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도 대학입학시즌에는 과음으로 사망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굉장한 폭음문화가 있고 TV프로그램에서도 위스키 스트레이트로 주량을 자랑하는 드라마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술은 못마시는 것보다 잘 마시는 것이 자랑거리라는 것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 술이 세면 뭔가 정력적인 행동과 왠지 의리가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마치 삼국지나 수호지에 나오는 영웅호걸들이 말술을 즐기는 것처럼, 또 신문에 나오는 신임장차관 프로파일에 ‘두주불사’라는 단어를 아주 자랑스럽게 쓰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폭탄주를 잘 마시고 하루저녁에도 몇차씩 술집을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진짜 영웅호걸들이라기 보다는 폭음문화의 추종자 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한국인의 죽기살기식으로 마셔대는 폭음풍조가 이민 비행기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와 한인타운에도 독버섯처럼 번식하고 있음에 심히 우려한다. 한국에는 가본적도 없는 2세들이 아버지세대나 형뻘 되는 사람들로부터 배워서 폭탄주를 마시게 되는 음주자세에 비애도 느낀다.

386세대 기수들이 단한번의 실수로 명예가 크게 실추된 것 처럼 그런 폭음문화의 전파는 영웅호걸과도 의리와도 무관하다. 다만 우리가 사랑하는 다음세대들의 앞날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같다.

 

 

 

06/02/2000

 

[시티퍼트롤] 패가망신 부르는 폭음문화

지난주 내내 본국 신문과 PC통신을 장식했던 가장 뜨거운 뉴스는 소위 386세대 젊은 정치인들의 단란주점 술잔치였다. 사건의 요지는 386세대로서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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