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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중국이나 한국이나 '오십보 백보'

타임스페이스 2020. 6. 2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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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호텔 뷔페식당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에서는 손님들이 먹고 놔둔 빈 그릇을 치우느라고 분주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한국 아주머니가 입맛에 맞지 않아 삶은 달걀로 점심 식사를 대신해야겠다며 달걀 3개를 자신의 핸드백에 집어 넣고 있었다. 그리곤 지금 먹겠다며 2개를 테이블에 놓았다.

그 순간, 마침 옆을 지나가던 식당 매니저가 조용히 다가와 그 아주머니 핸드백에 손을 넣는 것이 아닌가. 매니저는 핸드백에서 3개의 달걀을 꺼냈고 테이블 위 2개까지 모두 5개의 삶은 달걀을 웨이터를 불러서 원래 음식이 있던 곳으로 되돌려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머니도, 매니저도, 심지어 기자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근 온천 리조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매니저는 영어나 한국어를 전혀 못했다. 한국 아주머니도 중국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단체 관광객 중의 한 사람이었다. 아주머니는 중국 음식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점심 대신 먹으려고 자신의 핸드백에 달걀을 넣었던 것이고, 매니저도 뷔페 식당의 특성상 손님이 아무리 많이 먹어도 말리지 못하지만 음식을 싸가지고 가지는 못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던 것이다.

하지만 충격이었다. 어느 나라 말이건 한 마디도 말도 없이 고객의 핸드백에 손을 넣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시내의 무자비한(?) 교통 무질서도 놀라운 체험이었지만 '달걀 체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물론 매니저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호텔 종사자로서의 기본, 즉 투숙객이 편안하게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는 크게 모자랐다. 멀쩡한 고객을 마치 도둑 취급을 해 현행범으로 그 자리서 바로 붙잡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것이 중국이다. 10년 전에 비해 분야별로 놀랄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이번 체험을 통해 다시 알게 됐다.

중국 방문 후 잠시 들렀던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십보 백보'라고 하면 억울해 할지 모르지만 한국에 대해 무한 애정을 갖고 있는 기자로서도 눈에 띄는 미흡함은 눈감아 줄 수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베이징에 있는 명나라 황제의 13능 중 하나인 정릉에서 만난 무질서와 몰매너의 중국인들이나 서울 강남역 뒤에서 마주친 한국 젊은이들이 똑같았다. 만리장성에 오르면서 목도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수많은 중국 사람들이나,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불친절한 한국 사람들 역시 똑같이 평생 잊을 수 없는 불쾌한 경험이다.

아무리 영어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리조트호텔 매니저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 그렇게 한국 관광객이 많은데도 한국어 구사하는 사람 하나 없다는 점을 보면서 그들이 무심함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쉬우면 너네가 중국어를 배워 오라는 말인가. 한국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한국말 잘 하는 해외 한인들도 한국 물정 모르면 외국인과 다를 바 없다. 몰라서 묻는데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나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의 표정, 그런 것까지 내가 알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반응을 대하면서 차라리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미국서 왔다 하면 영락없는 '촌X' 취급이다. 마치 미개국에서 온 사람 대하듯 "이런 것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아느냐"," 미국에는 이런게 없느냐"라며 비아냥이다. 미주 한인들, 그런 취급 받으면서도 또 한국을 찾는다. 이왕이면 고국 경제에 보탬이 되라고, 한푼이라도 더 쓰고 오려고 한다. 이 대책없는 짝사랑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어쩌랴. 해외 한인들을 대하는 한국인의 마음이 좀 더 너그러워지길 기대할 수밖에.

 

[LA중앙일보] 발행 2015/10/2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10/27 22:22

장병희/문화특집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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