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미국은 넓고 '좋은 대학'은 많다
지난 1일은 대학 등록 마감일이었다. 미국의 대학은 몇몇 명문을 제외하고 하버드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이 복수 합격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날은 합격생이 실제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는 순간이자 대학 입시의 결승점이 된다.
지난 2월부터 시작돼 4월 초까지 학부모와 학생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했던 합격자 발표만큼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합격 결과를 받으면서 분노와 안도, 배신감과 위안의 순간을 겪듯 입학사정관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들에게 자신이 합격시킨 학생의 등록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결과에 따라 능력을 인정받기도 하고 성과급이나 상여금을 더 받기도 한다. 자신이 공들여 합격시킨 학생이 결국 등록하지 않고 경쟁 학교에 가버릴 수도 있다.
합격생을 뺏기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파이낸셜 에이드(재정 보조)다. 입학사정과 재정보조는 별개의 대학 부서에서 따로 진행된다. 최근 몇몇 대학이 재정난을 이유로 지원자의 재정 상태를 합격의 중요 요소로 감안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은 '니드 베이스(need base)'로 합격자를 내고 재정 지원을 한다. 학비를 얼마나 낼 수 있을 지를 입학사정 시 감안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상당수 대학들이 학비를 전액 내는 유학생이나 다른 주 출신 학생의 합격률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이런 니드베이스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대학은 실제 등록생보다 훨씬 많은 합격 통보를 하기 때문에 4년 짜리 재정보조를 합격생 모두에게 제공할 필요는 없다. 대학측도 빅데이터에 분석에 의해서 어느 정도 성적을 가진 학생이 등록할지 아니면 경쟁 학교로 갈지 가늠할 수도 있다. 아울러 경제적 여건을 보고 경쟁 대학의 재정보조를 파악할 수도 있다.
최종 결승점에 앞서 합격생과 학부모들은 고액의 학비를 내고 입학할 것인가 아니면 재정보조를 더 많이 해주는 대학으로 갈 것인가를 따지게 된다. 또한 주립대학이냐 사립대학이냐도 학비와 관련이 있다.
여기까지는 모든 학생의 공통 사항이다. 아시안으로 분류되는 한인 학생은 경쟁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공부를 잘하는 인도계와 풍족한 경제력의 중국계가 함께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본토 중국인 학생의 미 대학 진출은 더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이다. 한인 입시생들에겐 한국 유학생도 달갑지는 않다. 똑같이 아시안으로 분류되기에 입학사정관들에겐 공부 잘하는 아시안, 특히 한인 학생의 기준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이라고 해서 모든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나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좋은 학교가 미국에는 훨씬 많다. 그중 동부 명문 사립대학의 경우 서부 출신으로 아시안이라는 소수계 학생에 대한 배려가 있을 수 있다.
교육부 정책이나 대학 입장에서도 고만고만한 백인들로 가득 채워지는 것보다는 다양한 배경과 인종의 학생이 필요한데 소수계, 특히 반세기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으며 K-팝을 낳은 한인들에게 관심이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잘 알려지지 않은 동부쪽 대학으로 진학하는 한인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유명 대학을 선호하는 한인 부모들로서는 불만이 가득찬 선택이겠지만 말이다.
미국 사회가 그렇듯 미국의 대학은 다양하다. 자신의 자녀가 아이비리그에서 4년 전액 장학생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녀의 희망과 재능에 맞는 다양한 기회와 미래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대학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장병희/사회부 부장
[중앙 칼럼] 미국은 넓고 '좋은 대학'은 많다
지난 1일은 대학 등록 마감일이었다. 미국의 대학은 몇몇 명문을 제외하고 하버드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이 복수 합격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날은 합격생이 실제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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