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디지털 친구' 2000명의 의미
최근에 2000명 고지를 넘겼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서 내용과 숫자를 공개한다. 바로 나와 디지털로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다.
모두 4가지 서비스를 통해서다. 첫째, 아이폰에 들어 있는 전화번호(Contacts) 개수가 527개다. 두번째는 아이폰과 연동돼 있지만 결코 같지는 않은 카카오톡(카톡)의 친구가 547명이다.
세번째는 페이스북 친구들로 525명이다. 네번째가 전문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링크드인(linkedin.com) 연결자 566명이다.
이렇게 4가지를 합치니 2000명이 넘었다. 물론 네군데에 모두 들어간 친구도 수십 명은 된다. 또한 2~3군데만 들어있는 사람도 족히 200명은 넘는다. 그래도 모두 합치면 1000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생활 연수가 길어지면서 함께 늘어나는 것이 명함 개수였다. 하지만 요즘은 명함보다 전화기 안에 들어 있는 전화번호라는 생각이다.
비록 중복 등록돼 있긴 하지만 나의 경우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카톡의 쓰임새는 조금씩 다르다. 우선 페이스북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회사 동료가 주요 리스트다. 지난 해 친구가 200명이 넘으면서 그들이 올리는 글과 사진을 다 볼 수 없어져서 아쉽다.
하지만 미국에 이민 오면서 연락이 끊어졌던 초중고 동창들, 학부 전공학과 선후배들이 여기에 다 들어 있다. 전화번호는 모르더라도 메신저로 연락이 가능하다. 몇몇 배신자(?)를 빼고는 모두 '온라인'상태에 있다.
이에 비해 카톡은 전화기에 들어있는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등록하다보니 '로컬' 친구들이 많다.
간혹 아이디를 통해서 등록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카톡으로 지금 통화를 할 수 있는지 어떤지 여부를 물어보고 당장 통화를 해도 상대방에게 방해가 안되는지 확인해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중요하고 긴 얘기는 여전히 통화를 한다. 물론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에만 올라 있는 사람도 있다. 카톡을 안하는 경우 혹은 카톡을 모르는 사람들의 경우다. 카톡과 상당수 겹치지만 그래도 번호는 따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보물같이 여기는 것이 링크드인의 친구 리스트다. 500명을 넘기기 위해서 지난 6개월간 며칠에 한번씩 꼬박꼬박 출석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원래 알던 사람들 위주로 '친구'를 늘렸다. 페이스북은 개인 활동을 들여다 볼 수 있기에 모르는 사람을 친구로 두기가 쉽지 않다.
반면 링크드인은 비록 개인 페이지에 이력서를 올려 놓는 시스템이라 '벌거벗은'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페이스북과는 사뭇 다른 포스트가 올라온다. 그래서 링크드인의 566명에는 한번도 만나본 적도, 통화를 나눠본 적도 없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메일 주소를 모르면 친구 신청조차 안되는 까다로운 성격들도 리스트에 있다.
링크드인은 페이스북과 많이 다르다.
이력서가 떠 있지만 그는 전직을 고려 중인 사람이 아니다. 만약 헤드헌터라면 이직 검토 중인 사람보다는 현재 위치에서 매우 잘 나가는 사람을 스카우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고맙게도 내가 현직 기자이기에 친구 신청을 비교적 잘 받아주는 것같다.
링크드인에서 알게된 사람과 바로 그날 저녁에 만나 커피를 마신 적도 있다. 흥미로운 경력과 좋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어서 기사화 해준 경우도 꽤 있다. 물론 친구 신청을 받는 입장에서는 친구가 너무 없는 사람, 이력서가 썰렁한 사람들과는 가급적 친구 관계를 맺지 않는 규칙도 만들었다.
언제가도 언급했지만 새로운 문물에는 가급적 마음을 열어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수십년간 우리의 관계 망은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디지털 망으로 연결될 것이다. 또 얼마나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까 궁금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5/08/0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7/31 19:58
장병희/문화특집부 부장